사회 배경 · 둘리틀 선생 이야기
둘리틀 선생의 마을에서는 무엇이 중요했을까
동물과 말하는 의사 이야기 뒤에 숨은 옛 영국 시골 마을의 생활과 일, 가족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의사, 둘리틀 선생은 100년이 넘도록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왜 사람 손님들이 선생을 떠났는지, 왜 함께 사는 누이가 그렇게 돈 걱정을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그 답은 이야기의 무대인 옛 영국 작은 마을의 생활 속에 숨어 있습니다.
전쟁터의 편지에서 태어난 의사
작가 휴 로프팅은 영국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에 군인으로 나갔습니다. 그는 전쟁터에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곁들인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 속 이야기가 둘리틀 선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전쟁터에는 짐과 대포를 끄는 말이 아주 많았고, 크게 다친 말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로프팅은 이런 모습을 보며 동물을 고쳐 주는 의사를 떠올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1920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평판으로 먹고사는 시골 의사와 살림을 맡은 누이
이야기는 우리 할아버지들이 어렸을 때쯤인 옛날, 퍼들비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그 시절 영국에는 오늘날처럼 나라가 병원비를 함께 내 주는 제도가 없었습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 돈을 냈고, 의사는 마을 사람들의 평판에 기대어 살림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둘리틀 선생의 집은 온갖 동물로 가득했습니다. 관절이 아파 찾아온 할머니가 소파에 있던 고슴도치를 깔고 앉는 소동이 벌어진 뒤, 점잖은 손님들은 하나둘 발길을 끊습니다. 손님이 줄자 수입도 금세 줄어들었지요.
선생과 함께 사는 누이 세라는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누이가 형제의 집안일을 꾸려 가는 모습은 당시 영국에서 드물지 않았습니다. 세라가 동물들을 내보내라고 다그치는 장면은 심술이라기보다, 생활비를 걱정하는 현실적인 목소리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고기 장수와 일하는 동물들
선생에게 동물 의사가 되어 보라고 권하는 사람은 고양이 고기 장수입니다. 집집이 돌아다니며 고양이나 개에게 먹일 고기를 팔던 직업으로, 그 시대 영국에서는 실제로 볼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그때는 말이 수레와 쟁기를 끌고, 개가 집과 가축을 지키는 등 동물이 사람과 함께 일했습니다. 눈이 나빠진 늙은 말이 선생에게 안경을 받는 장면도 이런 생활에서 나왔습니다. 동물이 아프면 그 집의 일과 살림까지 흔들렸으니,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의사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둘리틀 선생은 고슴도치 소동 뒤에 사람 손님을 잃고, 대신 동물을 돌보는 길을 걷게 됩니다. 작가 역시 전쟁터에서 다친 말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동물이 농장과 길거리, 집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살고 일하지만, 그 동물들이 아프거나 늙었을 때 누가 돌볼지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사람을 도우며 일해 온 동물이 아프거나 늙었을 때, 그 동물을 돌볼 책임은 누구에게, 어디까지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 책임을 지키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어떤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