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크리스마스 캐럴
열두 살 디킨스가 공장에서 배운 것
구두약 공장의 기억이 어떻게 『크리스마스 캐럴』이 되었는지 따라가 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해마다 다시 읽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하룻밤 사이에 세 유령을 만나는 『크리스마스 캐럴』입니다. 그런데 이 따뜻한 이야기 뒤에는 작가 찰스 디킨스가 어린 시절 겪은 아주 차가운 기억이 숨어 있습니다.
구두약 공장의 소년
디킨스는 1812년 영국 남쪽 바닷가 도시 포츠머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안 형편은 늘 넉넉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빚을 갚지 못해 런던의 마셜시 감옥에 갇히는 일까지 생깁니다. 당시 영국에는 빚진 사람을 가두는 채무자 감옥이 있었습니다. 열두 살 무렵의 디킨스는 학교 대신 구두약 공장에 나가, 구두약 통에 상표를 붙이는 일을 했습니다. 구두약은 가죽 구두를 까맣게 닦는 데 쓰던 약입니다.
공장 일은 얼마 뒤 끝났지만, 디킨스는 이 시절을 오랫동안 비밀로 했습니다. 많은 독자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친구 존 포스터가 쓴 전기를 통해서였습니다. 대신 그 기억은 그의 소설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배고픈 아이, 일하는 아이, 어른들에게 외면당하는 아이가 그의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1843년,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
1843년의 영국은 공장과 도시가 빠르게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그해 디킨스는 탄광과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다룬 정부 보고서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런던의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무료 학교인 래기드 스쿨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이 문제를 따지는 짧은 소책자를 쓰려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이야기가 더 힘이 세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디킨스는 몇 주 만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성했고, 책은 그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왔습니다. 이 작은 책은 금세 많은 독자를 만났습니다. 스크루지가 마음을 바꾸는 과정에는 가난한 이웃을 외면하지 말자는 디킨스의 바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무대에 선 작가
디킨스는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연극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자기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직접 읽어 주는 낭독회를 열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크리스마스 캐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선 행사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영국 곳곳과 미국까지 다니며 큰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을 만났습니다. 목소리와 표정을 바꿔 가며 등장인물을 한 사람씩 연기했다고 하니, 지금으로 치면 혼자 하는 연극에 가까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열두 살 디킨스는 학교 대신 구두약 공장에서 일했고, 어른이 된 뒤 탄광과 공장의 아이들을 다룬 보고서를 읽고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는 따지는 글보다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더 움직인다고 믿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는 학교 대신 일터로 가는 아이들이 있고, 우리가 쓰는 물건 가운데 일부가 그런 노동과 이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값싼 물건을 고르는 소비자에게도 그 물건을 만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책임은 어디까지이고,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