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돈키호테
기사 소설을 비튼 작가 세르반테스의 파란만장한 삶
전쟁터와 포로 생활을 거친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쓰기까지를 따라갑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창을 들고 돌진하는 늙은 기사, 돈키호테의 모습은 한 번쯤 그림이나 만화로 보았을 것입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기사를 만든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정작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군인이자 포로, 세금 걷는 관리였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레판토 해전의 젊은 군인
세르반테스는 1547년 스페인 마드리드 근처의 알칼라데에나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이탈리아로 건너간 그는 군인이 되었고, 1571년 지중해에서 벌어진 레판토 해전에 참가했습니다. 스페인과 베네치아 등이 힘을 모아 오스만 제국 함대와 맞선 큰 바다 전투였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던 날 세르반테스는 열병을 앓고 있었지만 배 안에 숨어 있지 않고 싸우겠다고 나섰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왼손을 평생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알제에서 보낸 다섯 해
몇 해 뒤 스페인으로 돌아가던 배가 해적에게 붙잡히면서 세르반테스의 삶은 다시 크게 흔들립니다. 그는 북아프리카 알제로 끌려가 다섯 해 동안 포로로 지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탈출을 꾀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때마다 책임을 혼자 지려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가족과 수도회가 모은 몸값으로 1580년 풀려났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뒤에도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해군에 필요한 식량을 모으는 일과 세금 걷는 일을 했고, 장부 문제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기사 소설을 웃음으로 뒤집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용감한 기사가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기사도 소설'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세르반테스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신이 진짜 기사라고 믿게 된 시골 신사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어떤 작품의 형식을 흉내 내어 비틀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글을 '패러디'라고 합니다.
『돈키호테』 1부는 1605년에 나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멋대로 쓴 가짜 속편이 나오기도 했고, 세르반테스는 1615년 직접 2부를 펴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61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스꽝스러운 기사와 현실적인 하인 산초 판사의 여행 속에는 전쟁과 포로 생활을 겪은 작가의 쓴웃음과 따뜻한 시선이 함께 배어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돈키호테는 기사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풍차를 거인이라고 믿고 돌진합니다. 400년 전에는 웃음거리였지만, 오늘날 우리는 하루 종일 화면 속 글과 영상을 보며 삽니다. 그럴듯하게 꾸며진 소식을 사실로 믿는 일은 돈키호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믿는 정보가 풍차인지 거인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믿고 있을 때, 비웃는 것과 바로잡아 주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말해야 관계를 지키면서도 진실을 전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