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경 · 오만과 편견
베넷 집안 딸들이 결혼을 서두른 진짜 이유
상속 제도와 무도회 예절로 『오만과 편견』 속 영국 사회를 들여다봅니다.
『오만과 편견』을 처음 읽는 사람은 베넷 부인이 왜 그렇게 딸들의 결혼에 매달리는지 고개를 갸웃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시대 영국의 상속 제도를 알고 나면 부인의 조바심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제인 오스틴은 웃음 섞인 문장 속에 당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꼼꼼히 담아 두었습니다.
집이 딸에게 가지 않는 이유
베넷 씨에게는 딸이 다섯 있고 아들은 없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사는 롱번 저택은 '한사 상속'으로 묶여 있습니다. 한사 상속이란 재산을 정해진 순서대로, 대개 남자 후계자에게만 물려주도록 미리 정해 둔 제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베넷 씨가 세상을 떠나면 집은 딸들이 아니라 먼 친척인 콜린스 씨에게 넘어갑니다.
이 말은 곧 아버지가 없으면 어머니와 딸들이 살 집을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설 초반에 콜린스 씨가 롱번을 찾아오는 장면이 묘하게 긴장감 있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혼이 곧 생계였던 시대
19세기 초 영국에서 신사 집안의 딸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매우 좁았습니다. 남의 집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몇 안 되는 선택지였고, 그마저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표시로 여겨졌습니다. 법률가나 의사 같은 직업은 여성에게 열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좋은 결혼은 사랑의 문제이기 전에 앞으로의 생활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오스틴은 이 현실을 여러 인물을 통해 보여 줍니다. 안정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인물도 있고, 마음이 따르지 않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인물도 있습니다. 소설은 누가 옳다고 단정하기보다 각자의 선택에 담긴 사정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무도회는 중요한 만남의 자리
이 시대 젊은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무도회였습니다. 춤 한 곡은 꽤 길어서 짝을 이룬 두 사람은 춤추는 동안 대화를 나누었고, 그 짧은 대화로 서로의 성품을 가늠했습니다.
예절도 엄격했습니다. 정식으로 소개받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실례였고, 춤 신청을 거절하면 그날 밤 다른 사람과도 춤추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졌습니다. 소설 초반 마을 무도회에서 다아시 씨가 춤을 추지 않고 한쪽에 서 있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거슬린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면 더 잘 이해됩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베넷 집안 딸들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던 집을 물려받을 수 없었고, 스스로 돈을 벌 길도 거의 막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사랑이기 전에 생계의 문제였습니다. 지금은 법이 바뀌었지만, 태어난 집안이나 성별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따져 볼 일입니다.
사람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삶을 선택하려면 어떤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할까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그 조건을 갖지 못한 사람은 누구이고,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