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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 로빈슨 크루소

배와 장부의 시대에 태어난 로빈슨 크루소

18세기 초 영국의 바다 무역과 노예 무역, 일기 쓰는 습관이 크루소의 이야기에 어떻게 담겼는지 살펴봅니다.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 4단계

무인도에 홀로 남은 사람이 집을 짓고 곡식을 기르며 하루하루를 기록합니다. 1719년 런던에서 나온 『로빈슨 크루소』는 이런 장면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섬 바깥의 세상, 곧 배와 돈과 장부로 움직이던 18세기 영국이 함께 보입니다.

바다로 나가려는 젊은이들

크루소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배를 탑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중간 정도의 안정된 삶이 가장 편안하다고 타이르지만, 크루소는 먼 바다로 나가 큰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당시 영국은 바다를 통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와 활발히 무역하던 나라였고, 항구에는 한몫 잡으려는 젊은이가 많았습니다.

소설을 쓴 대니얼 디포는 상인이자 언론인이었습니다. 그는 사업을 하다 큰 빚을 지기도 했고, 정치 팸플릿을 써서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역과 돈의 흐름을 잘 알던 사람이었기에, 크루소가 물건의 값을 따지고 손익을 계산하는 모습이 소설 곳곳에 자연스럽게 들어 있습니다.

실제로 섬에 남겨졌던 선원

이 소설이 나오기 몇 해 전,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 출신 선원 알렉산더 셀커크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남아메리카 칠레 앞바다의 후안 페르난데스 제도에 있는 섬에서 몇 년 동안 홀로 지내다 구조되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는 디포가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크루소의 섬은 카리브해 쪽에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홀로 지낸 세월도 훨씬 깁니다.

일기와 장부, 그리고 성경

크루소는 섬에서 날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기둥에 칼자국을 내어 날을 셉니다. 배에서 건진 종이와 잉크로 일기를 쓰고, 자신에게 닥친 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장부처럼 두 줄로 나누어 적기도 합니다. 또 배에서 건진 성경을 읽으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습에는 당시 영국 개신교 신자들의 습관이 담겨 있습니다. 많은 신자가 일기를 쓰며 자기 마음을 살피고, 하루하루의 일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했습니다. 상인의 장부와 신앙인의 일기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나는 것, 그것이 크루소라는 인물의 독특한 점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크루소는 섬에 닿기 전, 북아프리카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로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탈출을 함께한 소년 수리를 나중에 다른 선장에게 팔아넘기고, 그가 난파를 당한 항해도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데려오려던 길이었습니다. 자신이 노예로 지낸 고통을 겪고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거래하는 모습은, 당시 무역이 사람을 물건처럼 다루던 현실을 보여 줍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물건 가운데에도 누군가의 강제 노동이나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해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사고 쓰는 사람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요? 크루소가 수리를 팔 때 무엇을 다르게 볼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