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 피터 래빗 이야기(포터 동화 모음)
엄마 말을 어긴 토끼는 왜 사랑받을까
하지 말라는 정원에 몰래 들어간 아기 토끼 피터의 모험이 12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어느 날 아침, 엄마 토끼가 아이들에게 당부합니다. 들판에도, 오솔길에도 가도 되지만 맥그리거 씨네 정원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요. 그런데 네 형제 가운데 한 마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정원으로 달려갑니다. 그 말썽꾸러기가 바로 피터 래빗입니다.
하지 말라는 곳으로 간 아기 토끼
《피터 래빗 이야기》는 1902년에 책으로 나온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 동화입니다. 피터에게는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이라는 세 누이가 있습니다. 누이들은 착하게 블랙베리를 따러 가지만, 피터는 울타리 밑으로 몸을 비집고 정원에 들어가 상추와 강낭콩, 무를 실컷 먹습니다.
엄마가 그 정원을 그토록 걱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빠 토끼가 그곳에서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지요. 동화치고는 꽤 무서운 사실을 담담하게 알려 주는데, 이 덕분에 이야기는 처음부터 은근한 긴장감을 품게 됩니다. 배가 부른 피터 앞에 정원 주인 맥그리거 씨가 나타나면서 모험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진짜 토끼처럼 그린 그림
이 책이 오래 기억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그림입니다. 포터는 어릴 때부터 토끼, 생쥐, 고슴도치 같은 동물을 직접 기르며 관찰하고 그렸습니다. 그래서 피터는 파란 웃옷을 입고 있어도 귀를 쫑긋 세우고 몸을 웅크리는 모습이 정말 토끼 같습니다. 옷을 입은 동물이지만 사람 흉내만 내는 인형이 아니라, 겁 많고 재빠른 진짜 작은 동물로 느껴지지요.
그림은 부드러운 수채화, 곧 물감을 물에 풀어 맑게 칠하는 그림입니다. 정원의 채소밭, 물뿌리개, 연못 같은 영국 시골 풍경이 차분하게 펼쳐져서, 쫓고 쫓기는 이야기와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아이 손에 맞춘 작은 책
이 이야기는 처음에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포터는 1893년, 아는 집의 아픈 꼬마 노엘에게 위로 삼아 그림을 곁들인 토끼 이야기를 써 보냈습니다. 몇 년 뒤 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때 그는 아이가 두 손으로 쥐기 좋은 작은 크기를 고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쪽에 짧은 글 몇 줄과 그림 한 장이 놓여 있어 처음 혼자 책을 읽는 아이도 부담이 없습니다.
이 모음집에는 피터의 사촌 벤저민 버니, 꼬리 긴 다람쥐 넛킨, 순진한 오리 제미마 퍼들덕 같은 다른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저마다 성격이 뚜렷해서 읽다 보면 마음에 드는 친구가 하나쯤 생깁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피터에게 정원은 맛있는 채소가 가득한 신나는 곳이지만, 맥그리거 씨에게는 땀 흘려 가꾼 소중한 밭입니다. 오늘날에도 멧돼지나 고라니가 농작물을 망쳐 고민하는 농부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사람이 숲과 들을 넓혀 가면서 동물들이 먹이와 살 곳을 잃기도 합니다. 피터의 모험은 사람과 야생 동물이 같은 땅을 나누어 쓰는 문제를 작게 보여 주는 셈입니다.
배고픈 동물과 밭을 지키려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려면, 서로에게 어떤 배려와 약속이 필요할까요? 만약 맥그리거 씨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쓴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