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 보물섬
보물섬은 한 장의 지도에서 시작됐다
비 오는 휴가철 의붓아들과 함께 그린 지도가 해적 소설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해적, 보물 지도, 목발을 짚은 선원, 어깨 위의 앵무새. 우리가 떠올리는 해적의 모습 가운데 상당수는 한 권의 소설에서 굳어졌습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첫 문장보다 먼저, 종이 한 장 위의 지도에서 출발했습니다.
비 오는 날의 지도 한 장
1881년 여름, 스티븐슨 가족은 스코틀랜드 산골 마을 브레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궂어 비가 자주 내렸고, 가족은 집 안에 머무는 날이 많았습니다. 열두 살 무렵이던 의붓아들 로이드 오즈번이 물감과 종이로 그림을 그리며 놀자, 스티븐슨도 옆에 앉아 섬 하나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섬의 모양을 그리고 언덕과 만에 이름을 붙이다 보니, 그 섬에 숨겨진 보물과 그것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스티븐슨은 훗날 회고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써 놓은 부분을 가족에게 소리 내어 읽어 주었습니다. 소년이 주인공인 모험 이야기였으니, 로이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첫 독자였습니다.
잡지에 실린 해적 이야기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책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영 포크스』라는 어린이 잡지에 여러 차례에 나뉘어 실렸습니다. 이렇게 한 회씩 이어서 싣는 방식을 연재라고 하는데, 19세기에는 소설을 내는 흔한 방법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다음 회를 기다리며 보는 드라마와 비슷합니다.
재미있게도 잡지에 실린 작가 이름은 스티븐슨이 아니라 조지 노스 선장이라는 가명이었습니다. 연재가 끝난 뒤 1883년에 한 권의 책으로 나왔고, 그때부터 훨씬 많은 독자를 만났습니다.
롱 존 실버라는 수수께끼
이야기는 바닷가 여관 벤보 제독에서 시작됩니다. 여관집 아들 짐 호킨스는 이곳에 묵게 된 거친 늙은 선원을 통해 보물 지도를 손에 넣게 되고, 곧 어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지도 속 섬으로 떠납니다. 그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직접 읽으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배에는 요리사 롱 존 실버가 타고 있습니다. 한쪽 다리로 목발을 짚고 다니며, 플린트 선장이라는 이름의 앵무새를 데리고 다닙니다. 실버는 짐에게 친절하고 재미있는 어른입니다. 그런데 독자는 처음부터 그가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실버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깔끔하게 나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티븐슨은 친구인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에게서 실버의 모습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헨리 역시 병으로 한쪽 다리의 일부를 잃은 사람이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목발을 짚은 선원과 어깨 위의 앵무새 같은 해적의 모습은 이 소설에서 굳어졌습니다. 스티븐슨은 병으로 다리 일부를 잃은 친구 헨리에게서 실버를 얻었지만, 그 뒤 목발과 의족은 수상한 악당을 알리는 소품처럼 쓰이곤 했습니다. 이야기 속 겉모습은 실제 사람을 보는 눈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야기 속 인물의 모습이 현실의 어떤 사람들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작가에게 있을까요, 그렇게 받아들인 독자와 사회에 있을까요? 실버처럼 착하다와 나쁘다로 나눌 수 없는 사람을 우리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