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배경 · 오디세이아
오디세우스가 낯선 집에서 대접받은 이유
손님을 환대하는 약속 크세니아로 고대 그리스 사회를 읽어 봅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영웅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데 십 년을 보냅니다. 『오디세이아』는 괴물과 마녀, 난파가 이어지는 모험담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눈으로 보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한다고 믿었는지 보여 주는 창이기도 합니다.
손님은 신이 지킨다
고대 그리스에는 크세니아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우리말로는 손님과 주인 사이의 환대, 즉 따뜻한 대접의 약속쯤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이 문 앞에 오면 좋은 주인은 이름이나 사정을 묻기 전에 먼저 씻을 물과 음식, 쉴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손님은 주인의 집을 존중해야 했고, 떠날 때 주인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신들의 왕 제우스가 손님과 나그네를 지켜 준다고 믿었습니다.
길은 험하고 여관도 드물던 시대에 이 약속은 일종의 안전망이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먼 길을 오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주인, 나쁜 주인, 그리고 신들
『오디세이아』에는 이 풍습을 지키는 사람과 어기는 사람이 번갈아 등장합니다. 바다에 떠밀려 온 오디세우스를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왕 알키노오스는 극진히 대접하고, 잔치 자리에서 그의 긴 모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반대로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는 손님을 대접하기는커녕 잡아먹으려 듭니다.
이 만남은 큰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폴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고, 오디세우스가 거인의 눈을 멀게 하고 달아나자 포세이돈은 귀향길 내내 그를 괴롭힙니다. 반면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오디세우스의 편에 섭니다. 그리스 신들은 힘센 사람처럼 화를 내고, 편을 들고, 사람의 삶에 끼어들었습니다.
고향 이타카의 집에서는 아내 페넬로페에게 청혼하겠다는 남자들이 몰려와 주인의 재산으로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손님의 도리를 저버린 이들의 모습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중요한 문제로 남고, 이야기는 주인이 돌아와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귀로 듣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전해지지만, 처음에는 글이 아니라 노래였습니다. 음유 시인이라 불린 이야기꾼들이 사람들 앞에서 긴 이야기를 외워 불렀습니다. 작품 속에도 파이아케스 왕의 잔치에서 노래하는 눈먼 시인 데모도코스가 나옵니다.
그토록 긴 이야기를 외울 수 있었던 비밀 가운데 하나는 반복되는 표현입니다.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 빛나는 눈의 아테나처럼 같은 꾸밈말이 여러 번 되풀이됩니다. 학자들은 이런 정해진 표현이 노래하는 사람이 박자를 맞추고 다음 구절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문 앞에 온 낯선 사람에게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음식과 쉴 곳을 내주었고, 이 약속은 먼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망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쟁과 재난을 피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문 앞에 섭니다.
크세니아의 정신을 지금의 나라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낯선 사람을 맞이하려는 따뜻함과 우리 공동체를 지키려는 마음이 부딪힐 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