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 비밀의 화원
인도에서 온 소녀와 요크셔의 닫힌 정원
대영제국 시대의 인도와 영국 시골 저택을 오가는 『비밀의 화원』의 시대 배경을 살펴봅니다.
『비밀의 화원』은 꽃과 새, 열쇠 하나로 기억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첫 장면은 영국의 정원이 아니라 무더운 인도에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메리 레녹스가 왜 인도에서 태어났는지 알면, 이 이야기가 쓰인 시대가 한결 또렷하게 보입니다.
제국의 아이로 태어난 메리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이 소설을 책으로 낸 것은 1911년입니다. 그 무렵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많은 영국 관리와 군인이 가족과 함께 인도에 머물렀습니다. 메리의 부모도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에 바빴고, 어머니는 파티와 사교 모임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메리를 돌본 사람은 인도인 유모와 하인들이었습니다.
소설은 메리를 사랑스러운 아이로 그리지 않습니다. 메리는 하인들에게 명령하는 데 익숙하고, 고맙다는 말을 할 줄 모르며, 늘 얼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버넷은 메리의 버릇없음이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아무도 진심으로 돌보지 않고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점을 은근히 보여 줍니다.
콜레라와 영국으로 가는 배
어느 날 메리가 살던 집에 콜레라가 퍼집니다. 콜레라는 더러운 물을 통해 퍼지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당시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곤 했습니다. 이 일로 부모를 잃은 메리는 영국으로 보내져, 요크셔 황무지에 있는 고모부 아치볼드 크레이븐의 커다란 저택에서 살게 됩니다.
인도에서 태어난 영국 아이가 고향이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국으로 보내지는 일은 그 시대에 드물지 않았습니다. 메리에게 영국은 춥고 낯설며 바람이 거센 땅입니다. 방이 백 개쯤 되는 저택에는 닫힌 문이 가득하고,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황무지의 바람과 바깥 공기
요크셔에서 메리를 처음 바꾸어 놓는 것은 사람보다 바람과 흙입니다. 하녀 마사와 그 동생 디콘은 요크셔 사투리를 쓰며, 메리가 인도에서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일들, 곧 밖에서 뛰고 줄넘기를 하고 땅을 파는 일을 알려 줍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신선한 공기와 햇볕, 바깥 활동이 아이의 몸과 마음에 좋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버넷 자신도 정원 가꾸기를 무척 좋아해, 오래 살았던 켄트의 시골 저택에서 담장으로 둘러싸인 장미 정원을 손수 돌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닫힌 정원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은 독자가 직접 따라가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인도에서 메리는 유모와 하인들에게 명령만 하며 자랐고, 고맙다는 말도 할 줄 몰랐습니다. 버넷은 그 버릇없음을 아이 탓만으로 그리지 않고, 남이 늘 대신 해 주는 생활과 사람 사이의 높낮이가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보여 줍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음식을 가져다주는 배달원, 건물을 청소하는 분, 가게 계산대의 직원처럼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날마다 만납니다.
돈을 내고 받는 서비스라면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값을 치르는 것과 상관없이 지켜야 할 예의와 존중이 있을까요? 우리 집 아이들이 그런 태도를 배우는 곳은 어디일까요?
